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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3.0Reviews/비문학 2022. 3. 23. 19:32반응형
팬덤 3.0
- 저자: 신윤희
- 출판사: 스리체어스
북마크
- 17쪽: 첫째, 팬들은 특별한 수용 양식을 갖는다. 일반 수용자보다 더 세밀하고, 집중적이고, 중복적인 시청 형태를 보이며 이를 통해 텍스트에 대한 감정적 가까움과 비판적 거리를 동시에 유지한다. ... 둘째, 팬들은 비판적 해성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특정 팬덤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그 고동체가 선호하는 해독 방식에 대한 학습 과정을 거친다. ... 셋째, 이들은 소비자 행동주의의 토대를 마련한다. 팬들은 원작 텍스트의 내용 전개를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따라 제작자에게 피드백을 요구하거나 시리즈 연장을 요구하는 등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권리를 주장한다. 넷째, 팬덤은 자신의 고유한 세계관이나 캐릭터와 같은 기초 재료를 끌어와서 고유한 미학적 기준으로 팬 텍스트를 생산하는 것이다. 다섯째, 대안적인 사회 공동체로서의 가능성을 갖는다. 패덤은 오롯이 자신들이 선호하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모인 소비자 공동체다.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는 동시에, 팬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민주적으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한다.
- 19쪽: 팬덤 구성 주체의 변화: 청소년에서 20대, 30대로. ... 팬덤 문화는 '삼촌 팬', '누나 팬', '이모 팬' 등의 신조어와 함께 사회적 이슈로 다뤄졌고, 여기에 대한 논의도 확장되었다. 이로 인해 아이돌과 팬덤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아이돌 팝 문화 자체가 더 넓은 사회적 맥락에 놓이게 되었다.
- 23쪽: 팬덤 2세대와 3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팬들이 아이돌 생산의 기획 단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팬들의 직접적인 투표나 기획을 통해 아이돌이 형성되는 프로젝트 그룹의 팬덤을 3세대 팬덤, 혹은 팬덤 3.0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경우 팬덤과 아이돌 그룹이 동시에 만들어진다는 점이 기존 팬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 42쪽: <프로듀스 101>은 많은 부분을 팬들에게 빚지고 있다. 방송에 활용되는 연습생의 별명부터 캐릭터와 특징, 웃음 포인트까지 편집에 활용되는 대부분의 요소는 팬이 만들어 낸 것이다. 제작자는 각 연습생의 팬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별명이나 매력 포인트 등을 파악하고 프로그래에 반영한다. 팬 수다를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녹여 냄으로써 더 큰 팬 수다를 만드는 구조다.
- 50쪽: 팬들의 투표로 워너원이 탄생했고, 프로그램 종영 후에도 팬덤의 적극적인 기획과 영업으로 프로그램 외부에서 JBJ가 탄생했다. 이처럼 실제로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킨 국민 프로듀서들의 영업과 기획은 연습생이 데뷔하고 난 후에, '내가 스타를 키워냈다'는 자기 인식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팬덤은 모든 행동을 스타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생각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팬덤이 움직일 때는 늘 스타가 '하고 싶어 하니까 해주자'라는 인식이 수반된다. 양육자로서의 태도다.
- 52쪽: 저의 최애 박우진을 위해 온 가족의 아이디를 동원했고, 저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투표를 하고, 남자 친구와 지인들에게 표를 구걸했어요 ... 솔직히 다른 멤버는 누가 되든 관심이 없으니, '내 새끼'만 데뷔하면 좋겠다. 아들을 낳으면 이런 기분이려나 ... 내가 가장 이상적인 인물로 생각하는 이 아이가 꼭 잘돼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싶고, ...
- 55쪽: 동경하지 않고 관리하는 애정. ... '양육'형 팬덤은 스타에게 점점 더 과도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른바 '고나리(관리)'다.
- 56쪽: ... 팬들은 당당하게 '내가 돈을 냈으니', '내가 너를 데뷔시켰으니'라는 이유를 들어 가수에게, 더 나아가 소속사에게도 어떤 모습을 보일지, 어떤 행동을 취할지 요구하더라구요. ... 밖에서 팬들의 유난이라고 느끼는 행동의 원인은 '우리 오빠들을 동경해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소비하는 아이돌이어서'에 더 가깝더라고요.
- 87쪽: 과거 팬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룹에 문제가 된 멤버가 있어도 그룹에 대한 애정은 유지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팬들은 그렇지 않다. 사안을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특히 여성 혐오와 관련해서는 더 엄격하다. 인터뷰 대상자 중 한 명은 이를 두고 "덕질 위에 여권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스타에 대한 애정보다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88쪽: 세대를 불문하고 팬덤 문화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팬덤 안과 밖이 구분된다는 것이다. 팬덤은 사회적, 대중적, 미학적으로 외부 집단과 구분되는 차별을 행하는데, 이로 인해 생기는 팬 공동체와 외부 사이의 경계선이 팬덤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 100쪽: 우리가 우리 가수를 지키고 관리한다는 마인드인 것 같아요.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기대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요구를 신속 정확하게 들어주면 유능, 그렇지 못하면 무능하다고 판단하죠. 팬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기대의 차원을 넘어선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유는 ... 내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서 내가 픽한 단 한 명을 온 힘을 쏟아 '데뷔시켰다'고 강하게 믿고 있으니까. ... 설령 데뷔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돈 써서 앨범 사고, 시간 써가며 스밍하고, 댓글 관리해서 이미지 관리하고, 돈 모아서 선물 주고, 이미지 좋아지라고 대신 기부까지 하는데 내 말 잘 들어줘!'라는 생각인 거죠.
- 107쪽: 파편화된 팬덤의 느슨한 연대가 가능하게 된 문화적 토대는 평등함이었다. 아이돌 팬덤 활동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주로 언급되는 트위터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로의 팬 커뮤니티 이동 및 확장은 팬들의 권력 관계를 상당 부분 해체했다. 이들 커뮤니티의 특성은 팬덤 활동의 근간이 되는 정보와 자료가 경계 없이 모두에게 공유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팬덤 내 위계질서가 부분적으로 해체될 가능성이 생긴다.
- 110쪽: 예전에는 소속감을 중시했어요. 그래서 파에 들어간 애들도 있고, 사생 짓 하는 애들도 있고. (그런 친구 이야기를 들어 보면) 거기 가는 이유는 그 앞에서 만나는 언니들이 좋아서였던 거 같아요.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발달해서, 전화로 연락해서 만나는 파 같은 조직보다는 점 조직처럼 더 크게, 넓게 이야기 하니까 익명성이 보장되죠. ... 이제는 탈덕과 입덕이 자유로운 거죠.
- 133쪽: 3세대 팬덤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갈지는 결국 이 팬덤의 활동에 달렸다. 물론 이러한 팬덤 3.0의 참여적인 특성을 결함 없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미시적으로 봤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보이는 참여 모델의 팬덤이 거시적으로는 자본주의에 포섭되어 있다는 한계를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 3세대 팬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결국 그러한 포섭에 대한 저항의 가능성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감상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의 프로덕트가 K-POP 팬덤과 관련되어 있어 다시 한 번 읽어봤다. 음악산업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 전부터 있어서 예전 트레바리 독서모임 떄 읽었던 책이었다.
다시 읽어보니, 역시 논문을 책으로 옮긴 것답게, 매우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구성으로 쓰여 있다.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팬들의 인터뷰 내용도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그 산문적인 텍스트를 매우 압축해서 논리정연하게,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저자의 능력도 뛰어나다.
팬덤문화는 언제나 내게 신기한 영역이었다. 나는 케이팝보다는 오아시스를, 특히 갤러거 형제를 좋아한다.
오아시스 음악을 듣고, <슈퍼소닉> 단체 관람도 보고, 영국 맨체스터로 날아가서 성지순례를 하는 등 덕질을 하고 나니
어느 순간, 케이팝을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과 내 마음이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케이팝 팬들의 행동력의 힘과 범위는 내 상상 이상이었다.
기획, 영업, 마케팅, 평판 관리 등 정말 회사가 해야할 일을 무보수로 하고 있었다.
책 내용에 있듯, 팬의 연령대가 20대 30대, 그리고 그 위로도 넓어지면서 실제로 어느 영역에서 업무를 하고, 사회가 돌아가는 걸 어느정도 체득한 팬들이어서 그런지
예전에 비해서는 그 행동의 스케일이 다른 것 같다.
순수하게 팬들의 상상에서 시작한 JBJ라는 그룹이 실제로 데뷔한 걸 보고 가장 놀라웠다.
하지만 이 엄청난 팬덤 또한 어둠이 있는 것 같다.
최근 한 음악평론가님, 음악산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질 일이 있었는데 모일 때마다 팬덤과 아이돌 산업,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항상 결론은 하나였다.
음악산업의 가장 큰 매력이자 문제점은 '사람'이 프로덕트라는 것이다.
대상이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제품에 비해 더 깊게 사랑에 빠질 수 있고
또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제품처럼 마냥 '제품' 취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산업이 특정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하면, 사실 이상적 정답은 정해져 있다. 시기와 상황별 해답을 찾기 어려워서 그렇지.
하지만 음악산업은 어떤 특정 문제에 대한 정답이 정해져 있다기 보다 해답을 찾는 태도에 정답은 있는 것 같다.
모든 건 결국 팬덤과, 음악산업 종사자들의 자정작용만이 그 방법이라는 점이다.
아무튼 아이돌 문화, 팬덤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기에 좋을 것이다.
다만 <프로듀스 101> 조작 사태 이전까지 쓰여 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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