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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문학

부지런한 사랑

류시명 2022. 8. 1. 22:17

부지런한 사랑

  • 저자: 이슬아
  •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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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쪽: 문장을 고칠 때에는 쌍둥이들만의 규칙이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 대해 쉽사리 '친절하다'라고 쓰지 않는다.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모르는 심술궂은 면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쌍둥이는 친절하다는 말 대신 이렇게 쓴다. "그는 우리에게 담요를 가져다주었다." 또한 쌍둥이는 "호두를 많이 먹는다"라고 쓰지, "호두를 좋아한다"라고 쓰지는 않는다. '좋아한다'는 단어는 모호하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서 "이 마을은 아름답다"와 같은 표현도 금지되어 있다. 둘에게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추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실에 충실한 문장을 연습한다.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 묘사를 훈련한다. 이러한 묘사만이 좋은 문장일 리는 없다. 모든 글쓰기에 적절한 훈련도 아닐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들의 연습방식을 자주 떠올리며 글을 읽고 쓴다. 무언가를 게으르게 표현하지 않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 24쪽: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6쪽: 남에 대한 감탄과 나에 대한 절망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반복 없이는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기꺼이 괴로워하며 계속한다. 재능에 더 무심한 채로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 50쪽: 아이들이 소년의 마음으로 쓴 소년의 글을 벗어나려고 할 때 나는 복잡한 심정이 된다. '아마도 너는 이제부터 더 깊고 좋은 글을 쓸 거야. 하지만 마음 아플 일이 더 많아질 거야. 더 많은 게 보이니까. 보이면 헤아리게 되니까.' 속으로만 생각한다. 그래도 살아갈 만한 삶이라고, 태어나서 좋은 세상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런 세상의 일부인 교사가 되고 싶다.
  • 136쪽: "독창적인 것은 없다. 어디서든 훔쳐올 수 있어. 영감을 주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거라면 뭐든지 얼마든지 집어삼켜. 옛날 영화, 요즘 영화, 음악, 책, 그림, 사진, 시, 꿈, 마구잡이 대화, 건물, 구름의 모양, 고인 물, 빛과 그림자도 좋아. 너희 영혼에 바로 와닿는 게 있다면 거기서 훔쳐오는 거야. 독창성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훔쳤다는 걸 숨길 필요 없어. 원한다면 얼마든지 기념해도 좋아. ... '문제는 어디서 가져오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져가느냐다.'"

감상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이슬아 작가가 왜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다. 글을 매우 읽기 쉽게, 그리고 재밌게 쓴다.

나중에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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